[테크월드뉴스=김민진 기자] 인공지능(AI)의 기능이 확장되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산업 일선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AI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AI 기술과 제품도 등장하고 있으며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도 개발되는 추세다.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이 산업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AI가 바꾸는 새로운 산업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리즈, 첫 번째 주자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리는 '농업'이다.
스마트팜으로 시작된 농업의 변화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다. 아무리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생필품을 비롯한 대다수의 물건을 수입에 의존하는 시대가 도래했어도 여전히 농업은 인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가 가장 깊게 스며있는 산업이기도 하고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일구는 것만으로도 토양을 보전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수자원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적 이득이 있다.
여기에 식량안보의 개념에서도 농업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식량 생산을 위한 농지는 줄어들고 있어 식량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분쟁으로 식량 공급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기에 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런 기조를 반영하듯이 정부에서도 농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의 예산은 2024년 최초로 18조원을 돌파했고 농업생산액 역시 59조5000억원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농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설정하고 지원을 이어가고 그 효과가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농촌의 상황은 여전히 힘겨운 편이다.
아직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대부분이 고령이고 농지 규모 역시 축소되는 추세다. 이같은 농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령화, 수익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농업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축산물과 식품 생산은 물론 유통과 판매, 소비 전체의 능률을 끌어올리는 시설농업기술의 일환이다. 기후변화나 고령화 농촌소멸 등 산적한 농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로 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보다 높은 효율을 담보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팜 기술로 인해 농촌에서는 8시간 이상 연속 운전이 가능한 온실 방제 로봇이 생겨났고 온실 온도와 습도를 항상 최적으로 맞춰주는 설비가 등장했다. 농지 곳곳에 첨단 카메라가 부착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농지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으며 원격으로 온실의 환경을 조작할 수도 있게 됐다.
더불어 스마트팜 기술의 발달로 저가형 스마트팜이 등장하면서 농지의 제약이 크지 않은 도시농업, 수경재배 등의 색다른 농업 형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팜으로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노동력, 농지 확보의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된 것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팜은 각종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활용됐다. 통상 1세대 모델은 원격 감시와 원격 제어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2세대 모델은 복합환경제어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강점을 보인다.
마지막 3세대 스마트팜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로 AI와 작업 로봇이 탑재된 스마트팜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3세대 스마트팜은 꿈의 기술로 알려져 있었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3세대 스마트팜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농업의 미래를 견인하고 있는 첨단 AI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차세대 스마트팜의 모습은?
지난 9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는 대동의 다기능 농업로봇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이 로봇은 하나의 AI 모델에 기반해 작물의 생육 작업 전반을 수행하는 것으로 AI가 사람이나 시뮬레이터를 그대로 학습해 동작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개발되어 상용화된 대다수의 농업용 로봇은 파종이나 수확, 선별 등 목적에 따라 쓰임새가 정해져 있지만 다기능 농업로봇은 탑재된 AI가 사람의 음성 지시를 이해하고 주변 환경을 인지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한다.
AI는 학습 데이터를 통해 자신이 수행할 작업을 이해하기 때문에 작물이나 작업의 종류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AI 식물 재배기도 있다. AI 식물 재배기는 AI와 농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로 씨앗 캡슐을 재배기에 넣으면 AI가 내장된 카메라로 품종을 인식,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알아서 온도와 습도, 조도 등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전용 앱으로 식물의 생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식물 재배 뿐만 아니라 선별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국내업체인 에이오팜은 컨베이어 벨트와 로봇팔을 접목해 농산물 품질 검사와 선별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았다.
초당 10개의 농산물을 선별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5%에 달할 정도로 높다. 여기에 총 9종의 작물을 제한없이 선별할 수 있어 농가의 부담을 상당부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실내 온실과 실내형 식물공장에 한정된 국내 AI 농업기술과 달리 농지가 훨씬 넓은 해외에서는 보다 광범위한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AI 기술들이 개발 중이다. 미국에서는 농약을 자동으로 살포하는 무인드론이 상용화됐고 벨기에에서는 농장에 로봇을 투입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 중이다.
미국 농가의 1/3이 쓰고 있다는 팜로그라는 기업의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센서와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이용해 지금 이 농지에 어울리는 종자와 농약, 비료가 무엇인지를 판단해 알려준다.
이스라엘에서는 아예 AI가 농장 관리를 전담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무인 트랙터 [출처 = 농진청]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목재수확용 시뮬레이터와 트랙터 사고예방용 운전교육 시뮬레이터가 개발돼 보급된 바 있으며 유럽에서는 게임을 이용해 농기계 운전법을 체득하는 게임 시뮬레이터가 개발됐다.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는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작물을 자동으로 수확하는 로봇도 개발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일반 농기계에 부착하면 지정된 위치에 한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조립키트를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마트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농업에 있어서 AI 기술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령화와 농지 면적의 축소라는 현안에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안이 AI 기술인 것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AI 기술이 농업이라는 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첨언을 남기기도 한다. 그들이 가장 크게 문제삼는 농업의 문제는 바로 이상기후다.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농업 현장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졌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 가운데 하나가 AI라는 것이다.
평년보다 확연히 길어진 장마와 폭염,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한파와 집중호우 등 농작물의 수확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기후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술은 작물의 상황을 분석해 생육에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 조도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주변 환경이나 작물의 생육정보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만 첨단 기술이 쓰였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몫이었지만 앞으로는 판단까지 AI가 도맡게 되면서 전통적인 농부의 영역이 다소 변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농업 기술에 AI가 접목되는 차세대 스마트팜은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농장에서 고려해야 할 기술이다. 하지만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숙련도와 함께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AI 기술이나 장치들은 대부분 고가의 제품들이라 소규모 농가에서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 정부의 지원으로 어렵게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AI 농업 기술이 전파될수록 스마트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기존 농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농가의 규모가 작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농가가 많은 지역에서는 무리한 스마트팜의 보급이 농촌 사회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