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0여 분을 달리면 한수면 상노리가 나옵니다. 이 동네 언덕에서 인근의 청풍호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꽃잎 모양의 평평한 구조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직사각형 구조물도 나란히 떠 있습니다. 2022년 10월 31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한수면 어업계의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푸른색 태양광 패널들이 부유물 위에 촘촘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플라스틱과 철재로 된 부유물 발판에 올라가 드론을 높이 띄워 보니, 청풍호 수면을 수놓은 꽃잎 모양의 태양광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천시와 충주시에 걸쳐 있는 청풍호에는 모두 3호의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전력, 충청북도, 제천시가 공동으로 2017년에 1호를 건설했고, 2018년 2호에 이어 2022년 8월 3호를 건설했습니다. 청풍호 수면 97제곱킬로미터(㎢) 가운데 0.05%인 5만 1200제곱미터(㎡)의 수면을 1만 3000여 장의 태양광 모듈로 덮었습니다. 밋밋한 사각형인 1, 2호와 달리 3호는 꽃잎 모양으로 패널을 배치해 미관을 살렸습니다.
청풍호 수상태양광에서 3천 가구분 전력 생산
연구용인 2호는 설비용량이 0.2메가와트(MW)에 불과하지만, 발전사업용인 1호와 3호는 각각 3MW, 2.6MW의 설비로 연간 총 7455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만듭니다. 이는 3인 가족 기준 약 3000가구의 연간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지사 관계자는 이 태양광 발전량이 연간 3400톤(t)의 탄소를 줄여 소나무 약 18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파는데, 연간 약 13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1호와 3호에 투입된 사업비는 각각 약 84억 원과 56억 원입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상태양광은 온도 차가 작은 수면에서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육상태양광보다 5% 정도 효율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비어 있는 수면에 설치하기 때문에 부지확보와 시설공사가 상대적으로 간편합니다.
수자원공사는 당초 충주댐 인근에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려 했으나 충주시 도시계획 조례의 이격거리(건축을 제한하는 거리) 기준 등에 맞지 않아 현재의 위치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주민설명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 1, 2호기를 설치했으며, 3호기는 어업인 23명으로 구성된 한수 내수면 어업자율공동체에서 먼저 제안해 추진했다고 합니다. 수자원공사와 충청북도, 제천시, 한국전력 등은 한수면 황강리에 전기공급, 도로포장, 한수초·중학교 장학금, 어업자율공동체 공판장 설치 등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산림·농지 등 잠식 없어 탄소중립시대 기대주로 부상
정부가 대내외에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충이 시급한 가운데, 수상태양광은 육상태양광에 비해 산림과 농지 등의 훼손 없이 설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2년 경남 합천군의 합천호에서 수상태양광을 상용화한 이후 호수, 저수지, 댐 등의 수면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신승욱·이철성의 2022년 논문 ‘수상태양광 운영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수상태양광의 시설용량은 약 300MW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설치한 것이 86MW, 한국수자원공사 46MW, 기타 51MW 등입니다. 또 2023년 11월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에 8.8MW 규모의 수상태양광이 설치됐고 대구시 군위군 군위댐, 경북 안동시 임하댐 등에 97.6MW 규모의 수상태양광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환경부는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수상태양광으로 2.1기가와트(GW)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원전 2기를 대체할 수 있는 설비규모입니다.
한때 수상태양광 설비가 전자파 발생과 중금속 오염, 유해 세척제 오염 등 건강과 환경상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청풍호 수상태양광의 경우 조류배설물 등의 제거를 위해 물과 밀대를 이용한 청소를 하고 있으며 화학성분의 세척제는 쓰지 않습니다. 또 태양광 모듈의 모든 재료는 납(Pb) 등 중금속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상수도용 자재를 사용합니다. 2019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합천호 수상태양광과 관련해 4차례 수질검사를 했는데,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수질오염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획량 감소 논란, 주민 보상 불만 등 해결 과제도
그러나 수상태양광 확대에 긍정적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수 내수면 어업자율공동체 소속 김인호 씨는 2022년 10월 31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상태양광 설치 후 어획량이 줄었어요.”
청풍호의 3호 태양광 설치공사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그는 쏘가리, 장어, 붕어, 메기 등의 어획량이 2017년 수상태양광 첫 설치 후 5년 사이 체감상 60% 정도 준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수상태양광 시설 아래 그늘에 치어(어린 물고기)들이 은신하는데, 먹이를 찾는 쏘가리 같은 큰 어류도 그곳에 몰려 그물을 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조물 아래 퇴적물이 쌓이면서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충주댐 영향으로 생긴 녹조현상과 함께 가끔 폐사하는 물고기도 발견해요.”
그러나 수자원공사 측은 어획량이 실제로 줄었다면 어민들이 수상태양광 추가 설치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수상태양광 관련 주민 보상을 둘러싼 불만도 있습니다. 한수면 상노리의 이용재 이장은 2022년 12월 27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자원공사의 보상에서 마을간 형평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황강리에는 전기공급과 도로포장 등이 이뤄졌지만 수상태양광과 더 가까운 상노리에는 아직 구체적 지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수상태양광 전기 생산량의 0.1% 정도를 마을 발전기금으로 환원할 것, 마을에 5킬로와트(k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것, 마을환경을 정비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상태양광을 확대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구체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3년 2월 2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상태양광 이익공유 관련 국내 규정은 근거리만 인정하는데, 주민들이 바로 수상태양광 옆에 살지 않아서 이익공유가 현재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상태양광 사업이 활발한 네덜란드는 지역주민이 지분을 갖고 협동조합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익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안승혁 등의 2021년 논문 ‘수상태양광 지원 제도와 이익공유 방식 분석’에 따르면 지분 투자로 참여한 네덜란드 주민들의 예상 수익률은 25년 동안 연 4~4.5%라고 합니다.